얼마동안 미도색으로 만드니 진도가 팍팍 나가서 즐겁고 이전에는 도색하느라 바빠서 신경쓰지 못했던 조립 방식도 재발견하면서 모형에 대한 이해가 늘었습니다.
자신감이 올라가니 이제는 제대로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다시 도색하면서 만드는 중인데.. 아시다시피 도색이 추가되면 고려할 게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집니다. 1+1 이 아니라 2^2^2^2 = 65536 으로 조립 방식 + 도색 방법을 부품마다 개별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접착 후에 도색할 것인가, 도색 한 후에 접착제로 붙일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하고, 전자는 마스킹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로 추가 작업이 생깁니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의 접착제가 도색을 녹이는 경향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도색면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생기고, 그렇다고 페인트면을 냅두고 도색하면 플라스틱을 녹여서 용접하는 수지 접착제에 비해 접착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접착면을 다듬는 추가 작업을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에 패널라인을 위한 임시 바니쉬 뿌리기, 웨더링까지 추가됩니다. 심지어 모든 부품에 같은 도색 테크닉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부품 하나하나 수많은 이지선다를 처리하다보면 내가 업무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려집니다. 제가 만드는 함선 모형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유난히 많기 때문에 작업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집니다.
미도색으로는 결과물에 만족할 수 없고, 도색하려면 작업량이 많다기 보다는 머리를 엄청 써야 해서 피곤하므로 함선 모형이 적성이 맞지 않는건지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