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괄
냉전이 무너지던 90년대 초반 밀리터리 팬들이 아기다리 고기다리하며 오매불망 애태웠던 아이템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스탈린 전차였다. (예전 취미가에서 이대영님이 타미야의 SU-100 박스 아트에서 뒤편에 있는 그 조연 스탈린 전차에 매료되었었다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타미야는 스탈린 전차를 제품화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타미야가 놓친 부분들을 가려운 곳 긁는 심정으로 만들어주던 그 당시 신생 메이커 드래곤에서 드디어 제품화 하기에 이른다.

박스아트 모습. 이탈레리 제품그림은 포탑이 너무 작는 등 비례도 안맞을 뿐더러 내용물
과는 다른 전후 개량형의 차량을 그려놓았다.
그때 일본 모형계 일부에서는 로드 휠의 사이즈가 어떻고 하는 논란이 있어왔지만, 아무튼 그 당시 기준으로 꽤 괜찮은 품질의 제품에 그간 스탈린 전차에 대한 한을 풀고 감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러시아의 신생 메이커 즈베즈다에서도 자국 전차를 모형화 하기에 이르느니...(여기에는 이탈레리 패키지 상품을 구해서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드래곤이 제품을 내놓은 지 15년이 흐르고 나서야 드디어 타미야가 뜬금없이 이놈을 제품화 하였다. 이제는 밀리터리의 강자로 자리잡은 드래곤에 대해 타미야가 자존심을 걸고 견제하는 듯이 느껴지는 이 신제품을 이전의 옛날 제품들과 같이 비교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디테일
먼저 타미야 제품을 살펴보면, 독일전차에 비해 적은 부품 수에 상자 빈 공간이 여유롭다. 다크그린의 사출 물에 캐터필러는 세미 커넥팅 연결 식과 연질 괘도 두 가지를 넣어주고 있다(연갈색의 연결 식 트랙 사출 물은 나름대로 도색 전에도 실 차처럼 잘 어울린다.)

좌측부터 타미야 드래곤 이탈레리 제품
금속부품에 인색하던 타미야도 이제는 기본처럼 에칭 부품으로 엔진 그릴 메쉬를 넣었고, 전차병 두 명 (한 명은 상반신) 포함하고, 다른 회사 제품에는 없는 실로 만들 수 있는 토잉 케이블도 들어있다.
드래곤 제품은 타미야보다 더욱 썰렁한 부품구성으로 전작 JS-2에서 m형 부품이 추가된 구성이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디테일의 연결 식 캐털필러가 들어있고, 당시로선 이것 저것 세세한 디테일을 재현하려는 자잘한 부품들이 있다.

즈베즈다 (이탈레리) 제품을 들여다보면, 우선 그 당시 동구권 제품이 다 그러하듯, 투박한 성형물이 무척이나 거칠다. 다른 두 제품이 슬라이드 금형으로 하체바닥까지 재현했음에도, 하체 판넬을 하나하나 분리하여 조립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즈베즈다의 고질적인 두 토막 연질(아니 경질!)궤도는 디테일은 뒤로하고라도 그 뻑뻑함에 도저히 키트에 장착할만한 물건이 못되기에 여기에는 타미야 연질궤도를 끼워주었다.

드래곤보다 뒤에 나왔지만, 드래곤이 재현한 세세한 디테일들을 과감히 생략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드래곤에서 지나쳤던 부분들을 우직하게 재현하는 모습도 있다.(이 때문에 이전까지는 드래곤이나 즈베즈다 그 어느 제품도 결정판으로 판단하기에 모델러들의 어려움이 있어왔다.)
세 회사 제품의 디테일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로드 휠인데(아래 사진을 참조하길), 비교해보면 즈베즈다는 실물 비슷하게 흉내만 낸 빈약한 몰드인데 비해 드래곤은 나름대로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으나 비례에 문제가 있고, 타미야는 더할 나위 없게 만들어 놓았다.

스탈린 전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표면 주조질감을 들 수 있을 것인데, 가장 주조질감이 충실한 제품은 드래곤이다. 하지만, 약간 오버해서 거칠게 재현되어 실 차 사진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느낌은 좋다^^)

실 차답게 고증에 충실한 타미야 제품은 반대로 밋밋한 느낌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간인 즈베즈다의 질감이 가장 스탈린 전차다운 느낌인 것 같다.
비례
일일이 도면보고 키트를 비교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최근에 나온 타미야 판이 결정판이라는 전제하에 비례를 살펴보면 유독 드래곤만이 이단아이다.

위에서 내려본 모습. 가운데 타미야 제품이 2밀리 정도 더 긴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길이는 짧고, 높이는 낮고, 로드 휠은 작고, 포신은 가늘고.. 실루엣도 차체 전면상부 곡선도 혼자 완만하고, 포탑의 형상은 혼자 옆으로 늘린듯한 모습이고.. 오히려 타미야와 즈베즈다는 나름대로 기본적인 프로포션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
이 세 제품의 가격이 지난번의 룩스 비교할 때처럼 만 원대, 3만 원대, 5만 원대를 이루고 있다. (물론 최근 수입된 즈베즈다 가격이 오르긴 했다.) 게다가 발매 시기 또한 차이가 크므로 이 글의 방향은 타미야 신제품의 절대적 우월함을 기준으로 옛 제품들에 대한 아쉬운 점들이 부각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만원과 오만 원의 차이는 포신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제대로 부품이 맞지 않아서 틈이 벌어지고 힘없이 축 처져버리는 즈베즈다 제품과 양쪽에 포리 부품 이용해서 부드럽게 가동하는 타미야 제품의 차이는 뭐라 말로 하기 힘들 정도이다. 물론 타미야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포탑 손잡이 접착시에 접착위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도면과 사진 보며 어렵게 자리잡게 하는 것은 이전의 타미야답지 못한 무성의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결정판이 없는 관계로 즈베즈다를 베이스로 드래곤의 부품을 이식해 디테일 업하는 방식의 노가다의 고행을 가셨던 선각자 분들에게 이번 타미야 신제품 소식은 기쁜 소식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쓸만한 스탈린 전차를 원하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물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타미야의 살인적인 가격이 문제겠지만...)
이 리뷰를 특히 즈베즈다라는 회사에 대해 참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맨 먼저 가려운 곳을 긁듯이 이 제품을 발매한 드래곤이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면서 스스로 그 어려운 길을 개척했다면, 시장에 이미 나온 드래곤 제품을 참조해서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음에도 (이건 우리 아카데미가 전문이다. 메르카바도 M113과 험비시리즈에서도 일종의 카피에 가까운 참조를 하면서 나름 차별화된 디테일 업을 해서 경쟁력을 갖는...) 자기들 방식대로 실 차를 직접 취재해서 나중에 나왔음에도 오히려 디테일이 떨어져버리는 결과를 낳는 소련사람들의 우직함이라고 할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뭐, 금형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시장의 주도권을 밀려버린 듯한 지금의 형국에서 꿋꿋하게 드래곤의 옛 아이템들을 사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타미야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3호 돌격포 B형도, 헷쪄도, 이번의 스탈린 전차도 이제 옛 드래곤의 제품을 한 물가게 했으니.. (물론 옛 군제키트로 재미보던 드래곤을 신 금형 제품들로 반격했다가 스마트 키트로 역습당한 3호 전차와 판터의 경우도 있으니..ㅋ)
아무튼, 이렇게 여러 회사들이 서로 결정판을 내준다면 우리 모델러로서는 반가울 따름이다.
(다음 타미야의 신제품은 또 드래곤의 기존제품과 중복되려나?..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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