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알파인 미니어츄어스의 함태성입니다. 먼저 저와 알파인 미니어츄어스를 MMZ여러분께 소개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김성종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알파인 인형을 아껴주시는 국내 모델러 여러분들께 멀리서나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런 인터뷰가 처음은 아니지만, 고국의 "명문" 모델링 싸이트인 MMZ에 기사가 실린다고 하니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설래 이기도 하네요.
우선 저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올리겠습니다. 올해 나이는 36세이고, 잽싼 눈치, 넓은 이해심과 강한 인내력을 두루 갗춘 아내와 함께 재미있게 눈치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안일로 인해 미국에 사시는 삼촌댁으로 오면서 이민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다 커서 왔기 때문에 이민생활에 적응도 힘들었고 영어 때문에도 고생 좀 했지요. 그 후 뉴욕 맨하탄에 그 흔한 미술대학들 중 저 유명한 Parsons라는 학교... 옆에 있는 Cooper Union이란 작은 학교에서 drawing, sculpting, typography등 이것저것 대충 공부하고 간신히 졸업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좀 풍유를 사랑하던 편이어서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는 가물가물하네요. 졸업 후 적성에도 안 맞는 graphic designer로 5-6년 일을 하니 실증도 나고 제 실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슬슬 모델링 쪽으로 전업할 계획을 했었죠. 2004년도에 크게 사고치는 샘치고 알파인 미니어츄어스의 문을 열게 됐습니다!
매번 물어보는 질문입니다만 왜 모형을 취미로 삼게 되셨고 그 계기가 된 사건은 무맛인가요?
사건이요? "그러던 어느 날"하고 답이 나와야 하는데... 별로 특별한 사건은 안 터졌고요, 그냥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1/35 키트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흔한 장난감 보다는 전차와 인형들을 만들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재일 과학에서 나오던 1/35 전차들은 다 만들어본 것 같아요. 그땐 제 삼촌도 플라모델 메니아셨는데, 가끔 그 귀한 타미야 키트도 사주셨어요. 어린것이 벌써부터 좋은 건 알아서 타미야 키트라면 환장을 했었죠. 중학생이 된 이후로 플라모델을 접었습니다. 결혼 전 제 아내와 동거를 1-2년 했었는데, 하도 주말만 돼면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니 집에 좀 있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 끝에 플라모델링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진짜 집에 붙어있게 되더군요. 방바닥에 배 쭈욱 깔고 손톱 깍기 달랑 하나, DML 키트 한 두 개로 다시 "화려한" 컴백을 했습니다.
원형 제작자로 활동하시기 전, 모델러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아하는 장르나 주로 만드신 모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과거 제작하신 모형 사진이 있으면 동봉해 주십시오)?
물론 지금은 간단한 키트 하나 만들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네요. 모델링을 다시 시작했을 땐 자연스럽게 친정과도 같은 2차 대전 전투차량들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독일군 전차가 제 매이져였는데, 점점 이탈리안 전차나 프랑스 전차들도 관심을 가졌었죠. 한동안 키트만 만들다 보니 좀 단조로운 느낌도 나고 모델링 대회들에서 입상도 하고 싶은 욕심에 scratch-building을 해봤었습니다. 독일군 자주포중 당시 키트화되지 않은 넘으로 두어 개 만들었는데, 완성하기가 무섭게 키트로 나오더군요... 김 새게!


이때부터 이상하게 책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관련서적들을 부지런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진작 공부를 이렇게 했었으면...! 지금도 군복이나 장비들에 대한 책들을 틈날 때마다 사고 있습니다. 이제 하는 일이 이것이다 보니, 비싼 책들도 필요하면 아낌없이 지릅니다. 참고로 Schiffer Military Books에서 출판되는 책들 중에 military uniforms에 관한 좋은 책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느낀 것이지만, 제대로 군복과 장비를 표현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관련서적을 갖추고 있어야겠죠. 정확한 고증은 곧 그만큼의 정성이 각 인형에게 들어간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정확한 고증이 어려울 땐 아예 작업 시작도 안 합니다. 이스라엘 60년대 IDF 전차병 project도 바로 이 이유로 계속 늦어지고 있어요. 책이나 인터넷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Ron Volstad씨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아마도 국내에 있는 모델러들은 함태성씨를 인형 원형 제작자로 처음 알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알파인이란 상표로 인형이 출시되었기 때문인데요, 인형 전문 회사를 설립하고 원형사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전차모델들을 만들면서 그 위에 태울 웬만한 인형들은 제가 자작한 넘들로 썼었습니다. 그 중 VW-Schwimmwagen을 소재로 한 작은 비녜트를 만든 게 있었는데, 그 사진 몇 장을 인터넷에 올려봤더니 Warrior라는 레진 인형회사에 1/35 인형원형들을 만들어볼 생각이 없냐고 연락이 오더군요. 1-2년 파트타임 원형사로 Warrior에 원형들을 팔다 보니, 남 좋은 일 하는 것도 같고 제가 직접 생산까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차근차근 제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해나갔죠. 회사로고, 펙케징, 웹싸이트등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직접 디자인했어요. "남들 다하는데, 내가 왜 못해?"하고 시작은 하긴 했는데 일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엔 케스팅, 오후엔 펙케징/shipping, 밤엔 원형 재작이 제 하루 일과이지요.
제작하시는 인형의 대부분은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인형이 주류라 여겨집니다. 특별히 2차 대전 소재의 인형을 주로 만드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재일 중요한 이유는 1/35 스케일 AFV 모델시장, 그 중 2차 대전관련 모델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료서적이 풍부하고 흔하다는 점에서 일하기가 편하죠. 마지막으로 2차 대전 소재의 1/35 인형이 저에겐 친숙하고 편하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잘 팔려서죠!
알파인 인형들을 보면 기존 인형들과는 사뭇 다른 포즈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형을 제작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동세가 있으신가요?
엑션 포즈건 케쥬얼 포즈건 저에겐 포즈가 가장 중요합니다. 미세한 디테일은 전체적인 포즈가 재대로 잡힌 후의 문재죠. 발렌스와 프로폴션이 잘맏는 인형이 디테일만 신경 쓴 인형보단 육안으로 보나 사진을 찍었을 때 더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사실 근래 해외 모델링 싸이트에선 알파인 인형들의 포즈들이 비슷비슷하다든지 엑션 포즈를 더 만들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전 인형을 만들 때 보통 한 쌍씩 작업을 하는데, 다이나믹한 엑션 포즈보단 자연스럽고 케쥬얼한 포즈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보기엔 다이나믹하지만 엑션 포즈는 그 자체가 이용도의 한계가 정해져 있어서 판매에서 좀 뒤쳐지는 편이거든요. 반면에 자연스럽게 서있는 포즈는 그 이용도가 다양하고 부담 없다 보니 판매가 꾸준하죠. 거기다 케스팅하기 편하고 그만큼 케스팅도 깨끗히 나오니, 만드는 저도 편하고 사시는 모델러분들도 품질에 만족하시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나 할까요?
인형 하나를 제작하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각 인형의 서브젝트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한 쌍에 2달 정도 걸립니다. 만약 인형 하나에 걸리는 시간이 50시간이라고 치면, 제 경우엔 진짜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은 약 20시간정도에요. 나머지 시간은 책이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그냥 쳐다보고 생각하는데 쓰입니다. 일정한 인형에 쓰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짜증도 나고 실증도 겹쳐서 될수있으면 2달안에 끝내는 편이에요. 제가 좀 실증을 잘내는 편이어서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보통 가장 최근에 만든 인형을 좋아하는데요, 그것도 잠깐이죠. 곳 다음 인형작업 들어가면 또 새 인형이 더 좋아요. 작년 초에 알파인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Modell Fan이라는 독일어 모델링 메거진이 Nurenberg International Toy Fair에서 매년 Model of the Year라는 상을 여러 종목으로 나눠주는데, 알파인의 인형세트 #35038이 해당 종목에서 Model of the Year 2006을 먹었어요. 알파인으로선 효자 난 샘이죠.
인형 제작에 특별한 주관이나 소신을 가지고 계신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생각 없이 인형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별달리 심각한 철학은 없습니다. 언젠간 원형 제작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뚜렷한 주관이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냥 편한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원형사가 되기 전에도 그랬지만, 전 제가 만든 모델이나 인형들이 아트라고 생각한적도 없고요. 단지 항상 인형을 만들면서 욕심이 있다면, 누가 봐도 멋진 인형, 모든 모델러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인형, 역사적 고증이 정확히 된 인형, 디오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인형을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바라는 게 많나요?
현재 직업으로 원형 제작을 하시고 계신지요? 그렇다면 미주에서의 여건과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처음 알파인을 시작했을 때부터 풀타임으로 매달렸습니다. 제 소견으론 이런 일이 다른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틈나는 데로 할 수 있는 만만한 비지니스가 아닌 것 같아요. 또 혼자 하기도 힘든 일이고요. 원형 제작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건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죠. 그왜 마케팅, 웹싸이트 관리, 케스팅, 펙케징, 쉽핑, 일반 사무일등 할 일이 끝이 없습니다. 케스팅이나 펙케징을 다른 회사에 맞길 수도 있지만, 역시 남의 제품을 자신의 것인 냥 신경 써서 만들어주길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만약 이쪽으로 비지니스를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email 한번 주세요. 쐐주나 같이 한잔 하면서 얘기를 해야 재대론데, 제가 멀리 살다보니...! 한국의 여건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이라고 여건이 더 쉽거나 어려울 거 있겠습니까? 일한만큼 돌아오는 건 다 똑같죠, 뭐.
앞으로 제작하거나 그럴 계획을 가지고 계신 모형이나 분야가 있다면?
당장은 꾸준히 1/35 라인업을 늘리면서, 1/16 라인업에 좀더 신경을 쓸 겁니다. 지금 저 말고 다른 아티스트들 (Mike Good씨, Krisztian Bodi씨, Pongsatorn Kanthaboon씨)이 알파인 원형을 만들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Peter Morton씨, 요시타카 히라노씨, 유키오 혼마씨의 원형들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언젠간 알파인도 기회가 된다면 플라스틱 인젝션 쪽으로 나가야겠지요. 와... 그럴 라면 돈 많이 벌어야겠네! 아, 어느 세월에...
MMZ 에서도 간간히 활동하고 계신데 국내 모델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서두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다시 한번 국내 모델러 여러분들께 알파인 미니어츄어스를 아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기대에 못지않게 좋은 인형들로 찾아 뵙겠습니다. 다음에 제가 한국에 나갈 일이 있으면, MMZ 회원님들과 함께 항정살 좀 지지고 소주나 대여섯 병 비웠으면 좋겠네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모델들 많이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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