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님은 오래 전부터 디오라마 위주의 작품을 발표하고 계신데 본격적으로 디오라마란 장르에 띄어 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의 모 백화점 모형 코너에서 사장님이 벨린덴 작품집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그때 이미 저는 이 세계에 빠져 들었고 지금까지 디오라마만 만들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디오라마는 요즘의 디오라마처럼 잘 만들어지고 칠해진 것이 아닌 매우 단순한 것 이었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보며 따라 했고 그 때 그 추억으로 지금도 디오라마만 만들고 있습니다.
“벨린덴 위대한 나의 롤모델. 왜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나요?”
과거의 박성호님의 디오라마의 주제로 유태인 문제,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다소 무겁고 시사적인 소재를 많이 선택하셨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상대적으로 밝고 가벼운 소재들을 선택하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리고 소재 선택은 어떻게 하십니까?
전에는 사회적 이슈에 모형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 신념은 변하지 않았고 단지 소재만 좀 달라졌을 뿐입니다..제가 앞장서서 못나서기에 디오라마로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밝고 가벼운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우울해지기 싫어서입니다. 과거 유태인 디오라마를 만들 때 쉰들러리스트 주제곡을 들으면서 작업한 적도 있습니다. 우울함의 극치였죠, 이제는 우울하긴 싫어요. 가끔씩 시사적인 것은 만들 것입니다.
소재 선택은 주로 영화와 기록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것에 제 생각과 의도를 넣습니다.

박성호님의 디오라마를 보면 디오라마의 본연의 목적 즉, 메시지 또는 이야기 전달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계신 것 같습니다. 디오라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How to say가 아닌 What to say 입니다. 그 조그만 공간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무슨 이야기로 말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액션 위주의 전쟁 영화라면 런닝타임 끝까지 액션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쟁 이면의 인간의 존엄성 같은 것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 것에 올인하는 것이 좋고요. 물론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면 명작이 되겠지만요.
사람의 첫인상과 느낌은 15초에 결정되다 구 그러네요, 디오라마의 첫인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주제입니다, 무언가 말하는구나… 디오라마를 기획할 때 주제에만 일주일을 고민합니다. 그 만큼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중요합니다.
흔히 전차 끌고 소풍 가는 디오라마라고 표현하는 흔한 소재의 디오라마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는 분도 계신데요, 이런 류의 디오라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한 디오라마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그건 관점의 차이입니다. 소풍 같은 장면을 좋아해서, 아님 표현력이 다소 부족해서 또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어도 즐겁다면 그 것이 자기의 주제입니다, 야구 좋아하는 분이 탁구는 왜 하냐고 한다면 남을 인정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 결과인 거죠.
디오라마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조그마한 것을 보고 서로 소통하는 것을 보면 매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소재가 다양하다 보니 박성호님의 디오라마에는 기성 제품보다는 자작 또는 개조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구성 요소들의 제작 과정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 싶기에 기성품은 거의 개조하고 원래 포즈대로 쓰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원형 제작 실력이 미약하여 꼼지락거립니다. 팔지 않는 것은 만들어서라도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게 디오라마를 사랑하는 자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성품과 자기가 자작한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람이 있다는 것 입니다.
제작 과정의 처음은 제목을 정하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고무신 로꾸거"란 제목을 정했다면 그 다음은 주제입니다. 고무신이 의미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죠.
아직 군생활이 많이 남은 이등병 그리고 그 다음은 편지의 내용이죠. 동영상이 아니니 설명의 도구로 액스트라가 필요합니다. 여자 친구와 새 남자 친구죠. 이등병의 심정을 어떻게 전달할까가 고민합니다.
그 다음은 베이스입니다. 진짜 고무신을 한번 써 보자라고 생각해 동대문을 뒤집니다. 225 크기의 여자 고무신을 삽니다. 이 것이 베이스가 되는 것이죠.
최근 작품을 발표하시는 속도가 엄청납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작업할 수 있을까요? 무슨 비결이라도?
음.. 제가 작업을 빨리 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결은 동시에 두 개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나를 만들 때 그 다음 작품같이 같이 진행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나무를 만든다면 다음에 쓸 것까지 두세 개 한꺼번에 만듭니다. 또 베이스를 만든다면 다음 것도 대략 틀을 만들고요. 제 생각에 만드는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계획과 집중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모임에도 나오시고 간간히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뵌 적이 있는데 요즘은 작품 발표외에는 활동이 뜸하신 듯 합니다. 활동하시는 단체가 있으십니까? 아님 뜸한 활동에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요?
서울모임엔 서울말을 못써서 못 갑니다(농담).
요즘 디오라마 모임 "디오(dio)" 동호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모임에 뜸한 것은 서로 먹고 살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상당히 실례되는 질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거 유로 밀리터리에 출전하여 작품의 소재 때문에 출품되지 못한 경험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 그 일에 대한 감회나 그 일로 인해 얻는 것이 있으십니까? 또한 다시 한번 세계적인 대회에 출품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한 마디로 첫 경험에 착각이었죠. 독일 사람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모인 자리에 이상한 주제를 들이대니 놀랄 수 밖에요. 처음에는 참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영화는 되고 왜 모형은 안될까? 참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얻은 것은 반길스 작품을 실물로 구경한 것과 살인적인 물가를 체험한 것 정도요.
앞으로 다시 참가 할 계획은 없습니다. 가서 실제 인형들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역시 거장들… 이런 세계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면 돈 안 들어가고 참 좋은 텐데 말이죠.. ^^

작품이 발표가 왕성한 것만큼 완성 작의 판매도 꾸준히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완성 모형의 판매 또는 그에 관한 인식 및 환경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전 모형을 판매한지는 얼마 안됩니다. 모두 소장하고 있었고, 이걸 왜 팔지 내 훗날의 재산인대 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것이 아닌걸 알았습니다.
제가 만든 것을 모두 꺼내 비교해 봤습니다. 거의 모두 비슷했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이 것들 팔아서 더 좋은 재료와 아이디어로 더 나은 작품을 만들자 결심했지요. 심지어 2년이 넘는 제작 기간이 걸린 완성작도 분양했습니다.
그 전에 만든 것들은 모두 우울한 디오라마였는데 요즘은 말도 안 되는 것을 만드니 큰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의 완성품 판매는 정말 대우를 못 받습니다. 외국에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디오라마도 있다던데 국내에서 이 가격이라면 놀랄 사람이 많을겁니다.
디오라마는 단순히 재료비와 노동력만으로 가격이 계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작가의 생각과 표현을 사는 것 입니다. 구매자는 직접 만들 수 없는 작품을 사고 작가는 그 것을 판매해서 구매자에게 기쁨을 주는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다면 그 작품의 작품성은 떨어질 것이고 아마도 그 것은 누구보다도 보는 사람들이 잘 알 것 입니다.
그런 이유로 서로에게 충분 조건이 만족된다면 완성 모형의 판매는 좋은 문화라고 믿습니다. 정말 제가 만든 완정작을 진심으로 갖고 싶은 분이 있다면 재료 비만 받고도 분양할 의사가 있습니다.
디오라마는 모형의 꽃이라도 합니다. 그러나 디오라마는 종합적인 기술과 감각을 요구하기에 많은 모델러들이 접근하기 매우 어려워하는 것도 사실인데요, 디오라마 제작에 도전하고자 하는 모델러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은?
안 되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되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자작, 개조, 고증, 색칠 등 많은 것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나 인형 한 개, 전차 한 개, 나무 한 개가 들어가도 무엇을 전달 할 지가 중요합니다. 만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사실 저도 전작들을 보면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지금도 미약한 부분이 많지만요. 그러나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달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색칠, 자작, 고증등의 문제는 스스로 연구해야 하는 몫입니다. 작은 비넷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외 메시지 그 다음이 표현력입니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모델러가 있다면 어떤 분이신가요? 그리고 어떤 면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벨린덴이었습니다. 지금은 반길스입니다. 끝임 없이 새로운걸 연구하기에 좋아합니다. 그분 작품 '자파'는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기회가 된다면 맥주 한잔하고 제 부족한 디오라마 선물로 드리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요약하면, 인간의 심리를 디오라마에 담고 싶습니다.
한가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조심스러운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 노력하는 자에게 큰 격려를 해 주라는 것 입니다. 좀 부족하더라도 그 작은 격려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