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밀리터리 모델링을 하시는 분 중에 “레전드”를 모르는 분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레전드는 국내 개라지 업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했는데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품질에 있어서도 모델러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이스라엘물에 집중한 까닭에 국내에서는 인지도만큼 많은 제품들을 국내 모델러들이 접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최근 이스라엘물의 집중도를 낮추고 현용 장비를 위주로 한 주력 아이템의 선회로 보다 친숙해 지고 있는 레전드를 방문하여 이찬기 사장을 만나 보았다.

레전드를 처음 창업한 것은 1999년 10월경이지만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2월입니다. 창립일로는 올해 10주년이 되지만 실제 제품 생산 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년이 10주년이 되는군요.
모형 쪽을 포함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창업의 시작은 젊은 혈기였습니다. 평소 모형을 무척 좋아하여 일반 회사를 다니다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몇 개의 국내 개라지 메이커들이 활동할 시절이라 긍정적인 사업 목표를 구상할 수 있었고 약간의 무모함과 젊은 혈기가 합쳐져 레전드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최초 창업 시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월간지에 소개 되었을 때는 3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네. 창업 시 최초 인원은 3명이었습니다. 친구와 동업으로 시작했고 계속 공동 경영을 하다 2004년부터 혼자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최초 창업 시는 수원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는데 대게 그렇듯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습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생산하고 기획하고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지요.
최소 생산한 제품은 무엇이었나요?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1호 제품은 크롬웰 ARV 개조 키트였습니다. 그 다음이 M151A1 뮤트 풀 키트였고 그 다음이 이스라엘 셔먼 엠블런스였지요. 이 중 셔먼 엠블런스는 현재에도 판매되는 제품입니다. 그 이후에 1/35 밀리터리 인형을 20여개를 발표 했습니다.

초기 제품 생산 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유통이었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국내에서 게라지 제품의 유통은 매우 제약이 많았습니다. 대게 모형점에 직접 제품을 납품하는 형태였는데 수량도 적고 어려움이 많았지요. 큰 도매점이나 유통 업체에서는 납품 수량이나 결제 방법 등이 맞지 않아 거의 납품할 수 없었고요. 아무래도 초기에는 영세하다 보니 현금 결제로 회전되지 않으면 납품이 불가능했습니다.
해외의 경우에도 신생 업체인데다 인지도도 없다 보니 거래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템의 종류도 적고 아이템 자체도 특별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고요.
레전드하면 이스라엘물을 떠 올릴 정도로 이스라엘물에 집중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저희 회사에서 이스라엘 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입니다. 그 당시 판단으로 이스라엘물은 인젝션은 거의 없었고 개라지 제품으로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가 하나의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했었습니다. 그런 판단은 적중하여 이스라엘물의 시작으로 해외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스라엘물을 좋아하는 모델러는 그 수가 적은 대신 소비자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레전드의 제품들이 좋은 평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물을 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라도?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만 저희 사이트가 해킹당하는 사례가 몇 번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모형으로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나라의 장비다 보니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스라엘물에 집중 할 계획인가요?
아닙니다. 이미 저희 회사의 주력 아이템을 이스라엘에서 현용 미군 아이템으로 선회하였습니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에서 이스라엘 관련 제품의 비중은 10% 정도입니다. 얼마 전 출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험비 M1151 개조 킷이 주력 아이템 변화의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현용 장비 류를 발표 할 계획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스라엘물은 소비자 충성도는 높으나 수요가 적고 제품의 라이프 싸이클이 매우 짧습니다. 소비자의 수가 적으니 제품이 출하되면 초기 판매량에 초기에 집중되어 버리지요. 이런 이유가 이스라엘물의 한계였습니다.
최근 제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능 제품과 효자 제품이 있다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려 개발한 것은 이스라엘 Nagmachon 개조 세트였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인기는 그다지 없었지요. 그 밖에 메르카바 IIID 풀 키트도 매우 정성을 들인 제품입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려 준 제품들은 스토로지 시리즈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제품들인데 인기는 무척 많았지요.
국내 게라지 업체들의 생명력이 무척 짧았던 반면 레전드는 10주년을 맞고 있는데 긴 시간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견디고 노력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사업적으로 어려운 고비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고비를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워도 멈추지 않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렵다고 제품 개발을 중지하면 얼마가지 않아 완전히 잊혀지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입니다. 보통 원형 제작을 원형 사에게만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것은 옳은 자세가 아닙니다. 이것은 사업이므로 제품 개발에서부터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레전드는 국내 기업이지만 사실 국내 모델러들이 레전드의 제품을 많이 접해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 것이 단순히 제품 종류의 특성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해외 시장에 주력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예로 과거 K1A1 풀 키트를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각도로의 시장 조사를 거쳐 이 제품은 팔리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키트의 가격이 12만원이었는데 거의 팔지를 못했습니다. 그 것이 국내 시장의 현실이었지요.
그 이후 제품 개발과 판매 모두 해외 시장만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국내 시장의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국내 판매량이 상당히 늘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저희 회사의 주력 제품이 이스라엘에서 현용 미군 쪽으로 선회한 것 그리고 스토리지 세트와 같은 일반적 취향의 제품을 많이 생산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국내 시장도 염두에 두신다는 의미인가요?
저희 회사의 주력 상품이 변경되면서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 기회를 빌려 저희 레전드 제품을 이용해 주신 국내 고객들에게 그 동안 관심에 보답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앞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젝션 키트의 홍수 속에서 개라지 키트의 비전과 게라지 업계 진출을 고려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해 주십시오.
사람들은 지금이 매우 힘든 시기라도 이야기하지만 제가 사업을 하면서 힘들지 않은 시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현재 많은 인젝션 회사들이 과거에는 게라지 키트로만 나올법한 키트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젝션 키트가 있는 한 인젝션 키트를 보조하고 보완하는 게라지 키트의 필요성은 늘 존재합니다. 즉, 인젝션 키트가 존재하는 한 게라지 키트의 시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게라지 업체들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을 취미의 연장선으로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경영으로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고, 만들고 싶을 때 만드는 모델러의 성향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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