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님의 Modell Time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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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9 16:27:49,
읽음: 3092
douglas
문) 이름은 ?
Douglas Lee다. 물론 내 모국인 한국이름도 따로 있지만, 그건 당신들이 기억하기도, 발음하기도 어려우니 그냥 이 이름으로 기억하면 될 것이다.
문) 나이는?
55세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불과 몇 해후인 1957년에 태어났다.
문) 현재 사는 곳은 ?
대한민국 남해안의 작은 도시 광양으로 살기에도, 모형 만들기에도 좋은 고장이다.
문) 당신은 디오라마 작가인 동시에 원형사로도 알려져 있는데 스스로 어느 쪽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가?
당연히 디오라마가 먼저다. 나의 원형제작은 순전히 디오라마 작업의 부산물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디오라마야 말로 모든 모형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라고 믿고 있다.
모든 모형은 그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이 있지만, 디오라마에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디오라마의 제작에는 모든 장르의 모형에 필요한 기술들, 즉 인형을 만들고 색칠하는 기술이나 차량제작에 필요한 기술 이외에도 자연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그라운드워크의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다른 단품모형을 만들 때는 거의 필요없는 연출력이 필요하고, 그 결과 다른 모형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메시지나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언제부터 원형을 만들고 디오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나? 그리고 왜?
예전에는 한국최초의 모형잡지를 발행하는 일을 했다. 90년대 초반에 내 잡지에 싣기 위해 처음으로 디오라마를 몇 점 만들었지만 항상 마감시간에 긴 그 작품들의 수준은 형편없었다.
내가 국제대회에 들고나간 첫 작품은 1993년에 유로밀리테어에 출품한 'New master & old master'였다.
2000년 이전에는 내 자신이 원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조차 없었고, 그저 제품화된 인형을 약간 개조해서 디오라마에 사용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그런 방법으로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느껴왔고, 마침내 인형을 완전히 자작하는데 도전해 봤다.
그 결과물이 2001년에 유로에 출품한 ' the second encounter'인데, 그 결과가 썩 좋지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아서 "일단 도전해 봐라, 잘 될 것이다"' 라는 말이 공연히 하는 소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의 초기 디오라마들은 한 결같이 크기가 엄청나서 인형도 최소한 20개 이상씩 필요했으므로 그걸 모두 만드느라 원형 연습은 아주 제대로 했던 셈이다.
문)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느 것인가?
습작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20여점을 만들었지만, 가장 아끼는 것은 최근에 만든 한국전쟁 디오라마다. 한국은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어서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내가 어릴 적에 익숙하게 보아오던 풍경도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바로 그 50-60년대의 한국풍경에다 무언가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목시켜보려 한 것이 바로 그 작품이고. 그 결과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서양인 관객들이 그 한국 특유의 분위기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게 다소 아쉽긴 하다.
문) 무엇이 당신인생에서 첫 모형, 혹은 디오라마였나?
내 인생의 첫 모형이라고 하면.... 5-6세 무렵에 열심히 찰흙을 주물러 만들어대던 동물과 사람을 꼽을 수 있으려나?
그 후 십대시절에는 나무를 깎아 비행기 솔리드모델을 만들었고, 15살 무렵에 타미야의 프라모델 키트를 처음 손에 넣었을 때 내가 지금 막 평생의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원형에 관해서라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는 유럽처럼 역사, 문화적으로 인형공예의 오랜 전통이 없다.
그래서 80년대 초반 무렵에야 인형이야말로 유럽에서는 모든 모형의 기본이며 우월적인 존재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 자신이 인형 페인터로 변신할 생각은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나는 '프라모델'로 시작한 사람이고, 지금도 디오라마 작가라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인형작가들의 그 귀신같은 솜씨와 예술성만큼은 정말 존경하고, 여전히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문) 지금까지 해 보지 못한, 당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지금까지 모든 디오라마는 스토리가 있어야한다는 기본전재를 잊어 본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그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스토리나 메시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디오라마에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걸 굳이 정의한다면 '느낌' 혹은 '분위기' 혹은 예술성이라고나 할 수있을 텐데,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가지 좋은 예를 들수 있다.
우리가 박물관에서 고흐의 '까마귀 나는 보리밭'을 보게 되면, 그 그림에는 단 한명의 인물이나 유별난 대상물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림이 그게 가능하다면 , 디오라마에도 가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의 다음 도전은 인형하나, 차량 한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 풍경 디오라마가 될 것이다.
지금 일본작가 이치요 하가 같은 사람이 그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일본의 전통주택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그 사람은 순수미술의 영역에 속해있고, 밀리터리 모델러는 아니다. 밀리터리 모형과 순수미술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는 것이 앞으로 나한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일 것 이다.
문)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인가?
다른 많은 모델러들처럼 나 역시 여러 작품을 동시에 벌려놓고 왔다갔다 하는 편이다. 내 작업대는 지금도 5-6개의 미완성 디오라마로 꽉 차 있다. 그 대부분이 한국전을 소재로 한 것으로, 앞으로 당분간은 이처럼 한국 전쟁만을 만들게 될것 같다. 여기 내가 잘 아는 것을 소재로 하는 편이 전체적인 분위기나 디테일을 살리는데 있어서 한결 더 완성도를 높일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것들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끝날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미해병대의 장진호 전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문) 왜 당신은 디오라마만 만드는가? 무엇이 디오라마의 매력인가?
디오라마의 매력은 많고 많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나 자신이 그 작은 세계에서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될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은 일상에서 좀체 맛볼 수 없는 멋진 경험이다.
또 연극이나 영화의 감독이 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디오라마는 연극, 영화와 아주 비슷하다. 그 모든 것이 나의 솜씨와 창의성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것이 내가 디오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다.
문) 무엇이 당신을 그처럼 뛰어난 원형사로 만들었나? 그 비결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서 내 인형이 그리 대단하다고 믿지 않는 편이고, 특히 디테일이 빈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다른 작가들에 비해 내 원형에 한가지 쓸만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동세다.
디오라마는 연속된 움직임 속에서 정지된 단 한 순간이라는 점에서 영화와도 흡사하지만, 디오라마에는 영화 같은 대사가 없다. 다시 말해 채플린이 나오는 무성영화와 비슷한 것이다. 디오라마속의 작은 배우가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수단은 연속된 동작도 아니라 정지된 '자세' 밖에 없으므로 이때 유용한 수단이 바로 과장이다.
나는 인형을 만들 때 최대한의 과장과 강조를 거기에 부여하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가끔 관객들이 내 디오라마를 보면서 살아움직이는것 같다" 고 말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내가 정말 듣고 싶은 최대의 찬사이다.
문) 한사람의 작가로서 당신이 거둔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도 내 작품을 한눈에 구별해 낼 수 있다고 얘기 하는데, 나는 그게 정확히 무얼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하여간 예술의 조건중 하나가 '남 다른 독특함'이라고 한다면 모형도 예외일수 없고, 따라서 이런 평가는 나에게 주어진 그 어느 트로피보다 값진 성취라고 생각한다.
문) 큰 대회에 도전하는 다른 모델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특히 디오라마 제작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을 크게 뜨라는 것.. 좁은 시야에 의한 소재의 편식을 버리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얼마나 길고, 그 문화는 얼마나 다양한가?
그 모든 것에서 감동적인 디오라마의 소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저 습관적으로 비슷비슷한 디오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단지 '인기'나 '기호' 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된다.
특히 2차 대전의 독일군과 차량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지나치게 많은 현상이 바로 그런 경우다.
디오라마제작의 필요에 의해 모든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폭 넓은 관심과 지식을 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형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축복이다.
문) 오늘날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대회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심사위원의 자질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이야말로 행사의 승패를 결정한다. 부정한 심사위원은 작품이 아니라 그걸 만든 사람을 보고 심사한다. 물론 이게 가장 나쁘다. 그 다음은 편견이 있는 심사위원으로, 그들의 심사결과는 곧잘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된다. 즉, 어떤 특정의 소재는 다른 것 보다 가치 있다고 믿거나, 반대로 어떤 것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조차 없다고 믿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출품작들의 소재가 획일화 된 데는 그들의 책임이 크다.
오만한 심사위원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는다. 역사적, 기술적 고증만이 아니라 미학적인 관점조차도.... 그래서 그들은 작품에서 좋은 점이 아니라 '틀린 점' 만을 찾는다. 때로는 그 틀렸다는 게 자신의 잘못된 지식에 기초한 경우도 많다.
모든 심사위원은 공정하고, 열려있으며, 겸손해야한다.
그것이 대회의 평판과 권위를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문) 당신과 같은 대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덕목을 세 가지만 꼽아준다면 ?
다른 분야는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고 대상을 디오라마 작가로 한정하기로 하자.
첫째는 창의성이다.
어디서 본 듯한 것, 다른 사람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라.
두 번째는 균형.
어떤 사람은 차량은 기가 막히게 만들면서 인형은 젬병이다. 엉성한 그라운드워크위에 놓여진 완벽한 차량은 또 어떤가? 오늘부터 당신이 가장 취약한 부분에 집중하여 균형 잡힌 실력을 갖추어라.
세번 재는 즐기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인내하며 계속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 발전에 한계가 있다. 모형이 즐겁지 않다면 차라리 다른 취미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문) 모형미술계에서 당신이 부러워하는 우상이 있는지?
너무나도 많다.
나는 지금도 빌 호란, 디에고 루이나, 지안프랑코 스페란자, 캘빈 탄처럼 인형을 잘 색칠하고 싶으며 미구엘 히메네즈와 아담 와일더처럼 전차를 잘 만들고 싶다. 그리고 로저 손더스처럼 원형을 잘 만드는 재주도 부럽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존경하는 나의 큰 스승은 세퍼드 페인 선생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지금도 그가 닦아놓은 큰 길위를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 오늘날 모델러들에게 가장 유용한 도구를 추천한다면 ?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은 도구, 도료를 중요한 화제로 삼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기적의 도구 따위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작업대위에 놓여있는 도구들은 그야말로 오래된 구닥다리가 대부분으로, 뭔가 남다른 '비밀병기'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무척 실망스러울 것이다. 기대했던 대답이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모델러에게 가장 필요한 도구는 '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날카로운 눈.. 그것이야말로 가장 요긴한 도구이고, 그것은 부단한 훈련으로 얻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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